기술·실적 따로따로? 기술특례 바이오 '적자 늪'
- 28개 바이오 기업 중 19개사 상반기 적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깐깐한 기술성 평가를 거쳐 주식시장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 대부분이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실적을 내기 힘든 바이오 기업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기업은 지나치게 오랜 기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28일 바이오 및 금융투자업게에 따르면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 28개사의 67%가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특례 상장이란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할 기회를 주는 데도다. 외부 검증기관의 평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 등급을 받으면 기술 성장기업으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자격이 생긴다.
제넥신이 1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상반기 적자 규모가 제일 컸다. 이어 큐리언트(59억원), 바이오니아(55억원), 에이티젠(51억원) 등의 순으로 손실을 냈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건 비단 올해 상반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니아는 2009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줄곧 연간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냈다. 제넥신도 상장 7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가 올해 상반기 다시 적자전환했다. 이들이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연구개발(R&D)에 적잖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제넥신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의 3배 규모에 가까운 14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에이티젠도 R&D 비용과 매출액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바이오니아는 상반기 매출의 50%를 R&D에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의 경우 당장 수익이 나오지 않더라도 R&D 투자 규모를 쉽게 줄일 수 없으므로 이익을 내는 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주력 사업의 진척 속도를 끌어올리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별도의 방안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술특례로 입성한 바이오 기업 중 상반기 흑자를 낸 곳은 크리스탈지노믹스, 이수앱지스, 안트로젠 등 8개사에 불과했다.
이들 중에는 오랜 기간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올해 처음으로 이익을 낸 곳도 있다. 기술특례 1세대 바이오벤처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06년 1월 상장 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2000년 회사 설립 이후 16년 만이다. 이수앱지스 역시 창립 후 처음으로 올해 2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 결국 상반기 영업이익을 실현했다.